오타쿠들의 성지 일본
사람들에 따라 다 느낌과 생각이 다르겠지만 ‘일본’하면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가 ‘오타쿠 문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끼리는 “오타쿠 문화 덕분에 일본에 노벨상 수상자가 많지 않을까..?”라고 농담 반으로 노벨상 발표가 나올 때마다 얘기하는데요.
‘오타쿠’는 솔직히 그렇게 나쁜 의미로만 볼 수는 없는데 이상하게 나쁜 의미로 굳어진 것 같아요.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들 중에 그 문화를 좋아해서 일부러 오는 젊은이들도 많으니 일본의 오타쿠 문화를 단순히 무시할 수는 없겠지요.
저도 솔직히 오타쿠라는 단어에 대해 나쁜 이미지들을 갖고 있었고 특히 오타쿠들이 모인다는 메이드 카페라는 곳에 대해서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어요.
뭔가 음흉한 눈빛을 가진 남자들이 모여있을 것 같았고 메이드라는 단어가 주는 신분 계층 구분의 느낌과 젊은 여성을 상품화 한다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하지만 정말 의도치 않게 메이드 카페에 발길을 들어 놓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들어간 곳, 소문의 메이드 카페
제가 메이드 카페에 가게 된 것은 실로 우연이었습니다.
주말에 오다이바의 쇼핑몰들을 돌아다니던 중이었는데 너무나 귀여운 음식과 파르페 장식이 눈에 들어왔던 거지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여기 들어가 보자!”라고 일행의 손을 잡아 끌고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들어가 보니 바로 그 특유의 종업원들 복장이 눈에 띄더군요.
그렇습니다, 그곳은 소문으로만 들었던 ‘메이드 카페!’
그렇게 의도하지 않았지만 오타쿠의 성지로 소문 무성한 메이드 카페에 방문하게 된 것이지요.
막상 자신 있게 들어갔지만 다시 나오기도 애매해져서 안내하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자리에 앉은 후 찬찬히 손님들을 살펴보니 (의도적으로 그렇게 생각한 것 같은데 오타쿠 같아 보이는) 젊은 남자 손님 2명과 혼자 온 양복 입은 아저씨 외에는 여자들이거나 커플이더군요.
핑크색으로 꾸며진 카페 안은 톤 높은 환영 인사와 함께 메이드 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활기가 넘쳤습니다.
“맛있어져랏!”
저는 그 당시 일본어도 서툴렀고 신기한 분위기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그때 저희 담당 테이블 메이드가 뭐라고 설명을 했는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습니다.
여하튼 밖에서 저를 이 카페에 끌어들인 파르페를 주문했지요.
메이드는 자기가 담당하게 된 테이블에 와서 자기 이름을 소개하고 주문한 메뉴가 나왔을 때 음식을 향해 자신과 함께 주문을 외치기를 요구하더군요.
“おいしくなーれ!OO“
그때는 너무 이상하고 어색해서 따라하지 않았는데 담당 메이드가 더 뻘쭘했을 것 같아요, 한번 더 같이 하자고 했다가 안 하니까 포기…
어느 날 TV에서 메이드 카페가 나오는 방송을 우연히 봤는데 그때 메이드가 외친 주문이 자신의 닉 네임과 함께 “맛있어 져라”고 주문을 외친 것이더군요.
인터뷰에서 그렇게 하면 정말 음식이 맛있어진다고 말하는 소녀를 보면서 리포터가 함께 즐겁게 장단을 맞춰주던데 그때 담당 메이드에게 미안한 느낌이 드네요.
맛 보다 눈 요기
메이드 카페에 유난히 여자 손님이 많은 이유는 메이드보다는 각종 캐릭터 음식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현(県) 캐릭터까지 캐릭터 산업이 대단한 인기와 수익을 올리고 있고 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정말 다양한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남녀노소 가방에 캐릭터 인형을 달고 다니는 것은 흔한 풍경이고 캐릭터들은 음식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제가 아는 친구는 도시락 문제로 유치원 선생님에게 상담을 받은 적도 있다고 하더군요.
아이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게 예쁜 도시락을 싸 달라는 선생님의 주문이었다니 일본 엄마들 참 힘들 것 같아요.
메이드 카페에 있는 메뉴들은 특별한 것이 없지만(그래서 카테고리를 맛집이 아닌 관광지로 넣었어요.) 공통적인 것이 있습니다.
귀.여.움.
오므라이스를 비롯하여, 돈카츠와 카레, 각종 동물 파르페, 라떼까지 ‘이 귀여운 애들을 어떻게 먹지..?’ 하는 미안함이 몰려오더라구요.
몸을 하나하나 해체할 때의 그 느낌이란…
메이드의 사진은 금지
우리가 앉아 있던 좌석 바로 앞에 포토 존이 있었는데요, 남자 손님이 여자 친구의 강요에 의해서 메이드와 사진을 찍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사진은 금지라고 하더군요.
주문한 음식의 사진을 찍는 것은 상관이 없지만 메이드의 사진을 찍으려면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상술이기는 하지만 일부러 자기가 좋아하는 메이드를 찾아오는 단골도 있는 모양이니 비판만 할 수는 없지요.
사진을 같이 찍을 대상은 자신의 담당 테이블 메이드가 아니더라도 상관은 없습니다.
각 지점마다 인기 있는 메이드도 당연히 있는데 제가 갔었을 때 메이드들의 공통점이 눈에 띄더군요.
분명히 일본 법률에 따라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나이일텐데 상당히 작은 키의 왜소한 체구였어요.
일부러 체구가 작은 여자들을 뽑는지는 미지수이네요.
단, 체구가 작다고 해도 아이돌 같은 귀여운 외모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마시기를…
메이드 카페는 제가 갔었던 오다이바 외에도 본점 아키하바라를 비롯하여 신주쿠, 시부야, 이케부쿠로 등 번화가에 여러 개가 있으니 접할 기회가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호기심이 있지만 선입견 때문에 망설이신다면 주저 말고 귀여운 캐릭터 라떼라도 한잔 마시며 그들이 즐기는 오타쿠 문화를 잠깐 맛보세요.
여행지에서만 즐길 수 있는 문화의 이탈이니까요.
정보
- 이름:Maidreamin Odaiba
- 주소: 코토 쿠 아오미 Divercity Tokyo Plaza 6F 1-1-10(東京都江東区青海1丁目1 青海1-10 ダイバーシティ東京プラザ 6F ダイバーシティ東京 プラザ)
- 가는 법:린카이(りんかい) 선 도쿄 텔레포트(東京テレポート) B출구 도보 3분, 유리카모메(ゆりかもめ) 선 다이바(台場) 역 도보 7분
- 전화:+81-3-6457-2800
- 홈페이지:http://maidreamin.com/multilp_kor/
- 개장 시간:11:00〜23:00
- Map
아직 코멘트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