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2월로 기억하는데 옛날에 한국에 살 때 각 나라의 주한 대사들과 그 가족들이 참가한 행사를 함께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오래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때 온두라스였는지 베네수엘라였는지 남미의 한 대사 부인이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한국은 4계절이 있어서 정말 좋아요! 우리나라에는 2계절밖에 없어요.” 벚꽃이 흩날리는 봄, 햇볕 쨍쨍한 여름, 선선한 가을 바람과 단풍의 계절을 지나면 흰 눈이 내리고 다시 새싹이 돋아나는, 4계절을 겪은 후의 감탄과 부러움이 그 눈빛에 담겨 있었지요.
한국과 똑같이 4계절을 갖고 있는 일본은 북에서 남으로도 긴 편이지만 동에서 서쪽으로 긴 나라이다 보니 같은 달에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른 온도와 계절을 경험할 수 있는데요, 도쿄는 대체적으로 서울과 비슷한 계절 흐름을 갖고 있지요.
도쿄의 도심에는 크고 작은 많은 공원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 중 4계절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원인 ‘코이시카와 코라쿠엔(小石川後楽園)’을 소개합니다.
봄을 알리는 매화꽃 축제를 시작으로 공원에서는 다양한 행사들을 계절마다 열고 있으니 어느 계절에 가셔도 멋있는 풍경을 보실 수 있어요.
매화 향기 가득한 정원
벚꽃보다 먼저 봄 소식을 알리는 꽃이 있는데 바로 ‘매화’랍니다. 공원에서 열리는 ‘라쿠고’라는 공연 안내를 보고 겸사겸사 매화 축제도 볼 겸 열 일석이조를 노리고 갔었지요.
그 전까지는 매화와 벚꽃의 구분이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었고 매화꽃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는데 그때 비로소 뒤뜰에 매화 밭에서 벚꽃과 매화의 너무나 큰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곳에 가득 찬 ‘향기’ 매화꽃은 정말로 그윽한 향기가 멀리서도 풍기더군요. 다양한 벚꽃(일본에는 벚꽃의 종류가 굉장히 많아요)이 연출해내는 화려함은 없었지만 그 향기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매화가 질 무렵에는 마당 한켠에 있는 수령 60년 넘은 거대한 벚꽃 나무를 비롯한 공원 곳곳에 벚꽃이 피기 시작하고 그 후에도 이어지는 등나무 꽃 등 공원 곳곳에 계절마다 피는 꽃밭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일본의 4계절의 다양한 꽃들을 보여주는 ‘코이시카와 코라쿠엔’은 일본 3대 정원이라 일컬어지는 오카야마에 있는 ‘코라쿠엔’과 견줄만하다고 생각되요.
도쿄 돔 옆에 있어도 조용한 도심 공원
저는 무서워서 안 타지만 놀이 공원에서 항상 앞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놀이 기구가 있습니다. 바로 스릴감을 맛볼 수 있는 ‘롤러코스터’.
‘코이시카와 코라쿠엔’의 옆에는 도쿄에서 큰 행사들이 자주 열리는 도쿄 돔과 실외와 실내를 넘나드는 특이한 롤러코스터가 있는 도쿄 돔 시티 어트랙션 등 놀이 공원이 있어요. 아직 어려서 그런지 제 주위에 건물에 부딪힐 것 같은 아슬아슬함 때문에 이 롤러코스터를 좋아한다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NO’입니다.
주기적으로 천둥치는 소리(롤러코스터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이곳이 과연 도쿄의 한복판인가 하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조용합니다.
연못에는 조용히 오리와 자라가 헤엄치고 정원과 너무 잘 어울리는 기모노 차림의 부인들의 모습도 가끔 보이구요. 특히 붉은 다리를 건너던 기모노 차림의 부인의 모습은 한폭의 그림같아서 저도 모르게 사진을 찍었다지요.
(공원의 상징적 다리 중 하나인 엔게츠쿄 円月橋)
다양한 상징물들을 찾아보는 재미
‘코이시카와 코라쿠엔’에는 다양한 상징물들이 공원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우선 사진에 있는 ‘엔게츠쿄(円月橋)’는 일본어 이름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만월을 뜻하는데요, 물에 비친 다리와 실제의 다리를 합한 모습이 보름달같이 둥글어서 붙여진 이름이래요. 첫 사진에 있는 공원의 상징인 오이가와 위의 붉은 다리는 건널 수 있지만 이 다리는 건널 수 없다는 것 참고하세요.
‘토쿠진도(得仁堂)’라는 그냥 지나치기 쉬운 사당도 ‘코이시카와 코라쿠엔’을 완성한 미츠쿠니 영주가 중국의 사기를 읽고 감명받아 목상을 만들어 안치한 건물이라고 하네요.
정원에 긴 다리를 몇 곳 볼 수 있는데 여러곳으로 나뉘어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옛날에는 서원과 후원이 나뉘어 있었다고 해요. 지도를 보면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입구 근처의 소나무 밭, 매화밭이 있는 뒷 마당을 비롯하여 의도적으로 배치해 놓은 듯한 돌 때문에 더 돋보이는 붉은 다리, 엔게츠쿄를 비롯한 여러 다리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답니다.
(일식 위주의 담백한 식사)
공원을 바라보며 즐기는 식사
공연이 끝난후 공원 여기저기를 보고 나오는 길에 출출해서 들린 공원 안 식당은 식사 시간이라 꽤 분주했답니다.
메뉴는 일본식 정식 메뉴가 대부분으로 도시락 형태로 나오는데 일본다운 깔끔한 상차림으로 저렴한 가격(7~800엔 대)에 예상보다 훌륭해서 깜짝 놀랐답니다.
계절따라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나오는 절임 반찬에 단품이나 셋트 메뉴를 시킬 수 있는데요, 양도 딱 좋거니와 식당 자체가 큰 창문으로 둘러져 있어서 창가 좌석이 아니어도 어디에서나 공원을 볼 수 있어요. 사람이 많은 점심 시간 때는 합석하는 경우도 있으니 감안하시구요.
여기서 팁 하나, 식사를 마쳤을 때 젓가락을 종이 커버에 다시 넣고 커버 끝을 접으면 다 썼다는 표시라고 해요.
오전 중에 가셔서 맑은 공기속에 한적한 풍경을 감상하시고 깔끔한 점심 식사를 하신 후 활기찬 도심으로 이동해보세요.
정보
- 이름: 코이시카와 코라쿠엔(小石川後楽園)
- 주소:도쿄도 분쿄구 코라쿠 1-6-6(東京都文京区後楽1-6-6)
- 가는 방법:
- 토에이 오에도 선 ‘이이다바시’ 역 하차 도보 2분
- JR 소부 선 ‘이이다바시’ 역 하차 도보 8분
- 도쿄 메트로 토자이 선, 유라쿠쵸 선, 남보쿠 선 ‘이이다바시’ 역 하차 도보 8분
- 도쿄 메트로 마루노우치 선, 남보쿠 선 ‘코라쿠엔’ 역 하차 도보 약 8분
- 전화:03-3811-3015
- 홈페이지:http://teien.tokyo-park.or.jp/kr/koishikawa/index.html (한글)
- 개장시간:9:00~17:00 (입장 16:30)
- 휴무일:12월 29일~1월 1일
- 예산:일반 300엔 / 65세 이상 150엔 (중학생 이하 무료)
(20명 이상 단체 일반 240엔, 65세 이상 12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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